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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잠실 / 김민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7.23|조회수390 목록 댓글 0
잠실

   김민채




잠실에 간다

빗소리 같은,
시간을 갉아먹는 초침 소리 아삭아삭 맛있는

초록 물 뚝뚝 떨어지면
아이들은 손톱에 검은 물이 들어서
누에처럼 여물어 갔다

뽕잎을 따고 뽕잎을 나르고
뽕잎을 먹이던 순환 회로에 불이 켜질 때에야 나는
뽕잎을 덖었다
제대로 된, 따끈한 맛 네댓 번 보여주면 기죽을까
불 속에서 연단 받는 풀잎, 여린 풀잎들

지하철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날 때
굴을 뚫고 굴을 빠져나올 때
귀 닫고 눈 감고 스스로를 가두는
잠실의 풍경 속 깊은 잠

저마다 둥근 집을 짓고 마지막으로 천문을 닫아야
하늘과 내통한다는데

달빛 들어 올리는 소리에 쿨럭, 잠실이 흔들린다

할머니는 밤새 실을 뽑고

날개를 달지 못한 사람들이 몰려가고 몰려오는 잠실역 4번 출구

달 바깥으로 손을 뻗은 아이들이
제 이름을 버리고 뜀박질하는 소리 들린다

오두개가 익어간다



            ―시집 『노랑으로 미끄러져 보라』 202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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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채 / 1967년 전북 고창 출생. 2008년 월간 《시문학》 등단. 시집 『빗변에 서다』 『노랑으로 미끄러져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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