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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축분畜糞을 뿌리며 / 신덕룡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7.23|조회수325 목록 댓글 0
축분畜糞을 뿌리며


  신덕룡



모든 출구가 단단하게 차단되었다
오래된 이 냄새는

밀폐된 포대 안에서 몸을 부풀리고 뒤척이며 때를 기다리다 삽날에 콱 찍히는 순간
폭탄이라도 터지듯 사방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비좁은 축사에 앉아 되새김질하던 어미 소의 반쯤 뜬 눈
꿀꿀대며 머리를 들이밀던 돼지들의 콧구멍
저기 한쪽 구석에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며 흘리던 눈물까지 질퍽거린다

오로지 먹고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을 다스리느라 속이 썩어버린
마침내 한 무더기로 쏟아놓은 생의 잔해들이다

길이란 길 다 무너지고 나서야
길 끝에서
발걸음 가볍게 다음 생이 도래한다는 듯

묵은 기억들 갈아엎고
환한 공중에, 서둘러 흩어지는 발자국들 소란하다



             ―계간 《문예바다》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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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덕룡 / 1985년 《現代文學》에 평론 당선. 2002년 《시와 시학》에 시로 등단. 시집 『소리의 감옥』 『하멜 서신』 『다섯 손가락이 남습니다』. 저서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풍경과 시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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