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분畜糞을 뿌리며 신덕룡 모든 출구가 단단하게 차단되었다 오래된 이 냄새는 밀폐된 포대 안에서 몸을 부풀리고 뒤척이며 때를 기다리다 삽날에 콱 찍히는 순간 폭탄이라도 터지듯 사방으로 뛰쳐나온 것이다 비좁은 축사에 앉아 되새김질하던 어미 소의 반쯤 뜬 눈 꿀꿀대며 머리를 들이밀던 돼지들의 콧구멍 저기 한쪽 구석에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며 흘리던 눈물까지 질퍽거린다 오로지 먹고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고통을 다스리느라 속이 썩어버린 마침내 한 무더기로 쏟아놓은 생의 잔해들이다 길이란 길 다 무너지고 나서야 길 끝에서 발걸음 가볍게 다음 생이 도래한다는 듯 묵은 기억들 갈아엎고 환한 공중에, 서둘러 흩어지는 발자국들 소란하다 ―계간 《문예바다》 2022년 여름호 --------------------- 신덕룡 / 1985년 《現代文學》에 평론 당선. 2002년 《시와 시학》에 시로 등단. 시집 『소리의 감옥』 『하멜 서신』 『다섯 손가락이 남습니다』. 저서 『환경위기와 생태학적 상상력』 『풍경과 시선』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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