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은그림찾기 (외 1편) 강기원 물이 반쯤 담긴 컵 속에 그의 입술이 남아 있다 허수아비처럼 걸린 옷 속에 그의 팔이 조금 남아 있다 해바라기하던 흔들의자의 한쪽 다리 가만히 보니 흔들리던 그의 다리다 테 굵은 안경 속에 수심을 알 수 없던 눈빛 분신 같던 검은 가방 속 웅크린 그림자가 담겨 있다 필사 노트 위 잘린 손가락 같은 펜 여전히 그의 냄새를 붙들고 있는 방 안 주인 잃은 손전화 벨소리 아득히 울려온다 환청인 듯 아닌 듯 늙은 手巾 평생 당신을 훔쳐 왔습니다 얼굴의 등고선, 손금의 미로, 겨드랑이와 음부, 굽은 새끼발가락 머리카락 한 올 한 올까지 끝내 훔칠 수 없던 심장과 쓸개가 있습니다 싱싱했던 무늬와 색이 무엇이었든 남은 빛은 멍빛 얼굴에서 발로 발에서 바닥으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자리 발뒤꿈치 갈라진 늙은 아내처럼 엎드려 여전히 쓰다듬고 어루만집니다 바다의 푸른 기억을 잃어버린 갯솜동물 같은 건(巾) 건(巾)의 수(手) ―시집 『다만 보라를 듣다』 2021. 11 --------------------- 강기원 / 1957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의 피』 『다만 보라를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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