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해줄래, 장미가 발가벗고 있는 건지* 고훈실 웃음 뒤에 서식하는 것들은 몽타주를 갖고 있지 노숙자 나무뿌리 샤갈의 횡포 4월의 홀연 무어라 이름 붙인 뒤에는 한여름 무처럼 싱거워지지 내 장례식이 치러진 십 칠년 전 신발은 왼쪽과 오른쪽을 헷갈려했지 안테나를 뽑아 하얀 거짓말을 수신하던 서사는 지직거리고 차가운 친밀과 다정한 무관심이 오믈렛만큼 생생했어 리벤지극(劇)을 좋아한다고? 21그램 복수의 무게를 감당해야지 몸속의 방아쇠는 장전 중이고 언제든 붉게 쏘아 버릴 수도 있는데 위험한 선물을 선물했어 날선 조각들이 청신하게 돋아나 아이들이 꽃을 만지다 붉은 피를 똑똑 흘리고 피 냄새를 맡은 감각들이 날파리 떼로 몰려왔지 맨살에 닿아있는 말들이 스팽글처럼 서걱거리는 오후 붉고 선연한 질문에 내 몸 속 활엽수가 모두 팔랑이고 마시멜로처럼 부풀어 오르고 부유하고 재구성 되고… 앙상한 관계와 감정이 빈곤해지는 건 한 장의 몽타주 탓이지 저 육식성 질문 앞에 역류하는 그늘들 말해 봐 1인분의 잎맥 위에 얹힌 분홍의 유통기한을 잃어버린 시간보다 더 많은 이파리를 가진 기억이 검붉어지고 있어 *네루다 『질문의 책』 —계간 《시와 반시》 2022년 여름호 --------------------- 고훈실 / 제주 출생. 2010년 《시문학》 등단. 시집 『3과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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