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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붉은 대나무 / 조용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7.28|조회수604 목록 댓글 0

붉은 대나무

   조용미

 

 

온몸에 멍이 들었다

붉은 대나무를 지나는 동안

 

멍은 검은색으로 자라니까

 

오죽이 아닌 적죽赤竹의

둔감한 통증이다

 

푸른 대에서부터 바다 근처에서 생겨나는

거무스레한 색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오면 붉은색으로 자라나

 

내게로 와 결국

검은색의 멍으로 안착했다

 

붉은색의 강렬함이

내 영혼에 작용한 것인지

 

강철 파이프로 만든 대나무라는

물성에

내 몸이 반응한 것인지

 

모든 색의 온도를 감지한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신비한 공간들이

알 수 없지만

존재하는 것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일까

 

어떤 장소들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우리의 영혼은

 

그곳으로 끌려 들어가고

 

수도사 클라우스 예배당처럼

타고 난 검은빛만 남았다

 

 

           —계간 《문파》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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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미 / 경북 고령 출생.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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