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읽기

[시]모과꽃 떨어진 물에 발을 씻고 (외 2편) / 한영수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7.30|조회수446 목록 댓글 0

모과꽃 떨어진 물에 발을 씻고 (외 2편)

 

   한영수

 

 

 

서릿발이 닿자 모과는 나무를 버린다

 

아래로 아래로 전체를 다해 울퉁불퉁 맨주먹이 그러한 그대로 삶을 계속한다

 

봉건을 식민을 삼 년 돌림병에 삼 년 전쟁을 살아 내는 얼굴이다 정말은 무섭고 정말은 춥고 외딸은 시간이 익어서 향기를 풍길 때까지 모과는

 

주먹을 풀지 않겠다는 거다 닥치는 대로 생떼거리를 부릴 기세다

 

 

 

피어도 되겠습니까

—동백

 

 

 

충분히 불안합니다

 

순간 쏟아질 한 사발 피에

아름다움이 붐빕니다

 

빨강의 내부를 열고

들어가 더 완고한 빨강에서

베어 문 빛깔로

지배받지 않는

단어로

 

꽃 피어도 되겠습니까

 

겨울로 격리된

심장 한 덩이

변방을 두드려 댑니다

아우성치며 눈발이 때를 맞추는

 

이런 밤에

이런 밤에

 

꽃을 가진 겨울에 대하여

겨울을 가진 꽃에 대하여

 

한마디 넘쳐도 되겠습니까

 

 

 

외로워지는 사람들

 

 

 

저는 잘 있어요,

휴대폰을 닫고 누가 운다

 

광장엔 일요일이 있고

커피는 커피와 마주 앉아서

햇빛을 모은다

 

커피는 모르는

햇빛은 모르는

 

눈물은

 

누가 가진 일요일의 전부

기어 나오다 주저앉은 말

 

자전거가 지나간다

운동화가 뛰어간다

누구나 있어서

누구도 없는

 

광장은 울기에 무방한 곳

누가 누구인지 질문이 없는 곳

 

한 사람이 혼자 울어서

광장은 저녁놀 장소를 잃어 간다

 

 

             ―시집 『피어도 되겠습니까』 2022. 8

--------------------

한영수 / 전북 남원 출생.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피어도 되겠습니까』.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