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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성,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 권누리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08.02|조회수374 목록 댓글 0

성,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권누리

 

 

 

성채, 요새, 취미 목적의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자란 도시를 떠올릴 때,

그 풍경은 어림잡아 십 년은 전 것이다.

 

파손된 기억의 일부는 반추되다 부시에 의해 잿더미가 되었다

그럼에도 명확히 떠오르는 고유명사는

감삼, 별나라, 두류, 성당, 장동, 본리, 제일, 상서, 류민정온누리, 광장코아, 대명, 교동으로

갈무리된다.

 

앞산 케이블카는 대기의 흐름과 무관하게 대체로 불안정한 동세를 보인다.

푯값을 지불하고

 

매끈하게 닳은 좌석에 두 명 몫의 체중을 얹어가면서도

의심과 불신은 일기예보와 닮아 반은 진심이고 반은 허상이다. 나는

 

높은 곳에 오르면 영혼은 운에 몸을 지지하고

손으로 구부리거나 발로 차 부술 수 없는

단단한 철재도

신앙처럼 뿌리째 뽑힐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도시에서 안전하게 십수 년을 운반되어

내가 현재 살아가는 도시, 혹은 내가 떠나온 도시, 내가 당도한 도시,

마침내 내가 망명할 도시에

 

성장과 노화로 가늠 가능한 신체,

혹은 경험의 조각을

 

공원 구석에 뿌려진

 

발자국이 찍혀 짙은 회백색이 도는 뻥튀기, 호밀빵, 크루아상의 모양새로

버려둘 수 있었으며

 

이 생의 어떠한 궤적도 완벽한 직선일 리 없다.

 

 

            —계간 《문학동네》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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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누리 /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한여름 손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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