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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잃어버린 시 (외 2편) / 정현종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2.10.20|조회수556 목록 댓글 0

잃어버린 시 (외 2편)

 

   정현종

 

 

 

잃어버린 시가 얼마나 많으냐.

메모 안 해서 잃어버리고.

허공에 날려 보내 잃어버리고.

또 올 테니 잃어버리고.

세상에 널려 있어

잃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잃어버리고.

그로 하여 유쾌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놓아 보내고……

껄껄대며 놓아 보내고……

 

 

 

시간은 간다

—콜라주

 

 

1

 

나의 탄생은 내가 몰랐으니

나는 처음부터 아는 게 없었다.

 

 

2

 

그렇지 않은가

모든 때가

‘때가 때이니만큼’ 아닌가.

그렇거니, 그렇거니!

 

 

3

 

(괜히 허세를 좀 부리자면)

시간이 가는 것도 두렵지 않고

시간이 가지 않는 것도 두렵지 않다.

 

 

4

 

시간은 가는 것이기도 하고

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

 

 

 

포옹

 

 

 

모든 게 싹튼다

포옹 속에서.

부화하고

태어난다

포옹 속에서.

피어나고

날고

흐른다

포옹 속에서.

(포옹 이외에 이념이 없고

포옹 이외에 종교가 없다)

그리하여

지구는 꽃핀다

포옹 속에서.

 

 

            —시집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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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 1939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 추천 완료로 시 등단. 시집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광휘의 속삭임』 『그림자에 불타다』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시선집 『고통의 축제』 『이슬』. 그밖에 시론과 산문집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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