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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별들의 속삭임 / 황유원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3.02.18|조회수681 목록 댓글 0

별들의 속삭임

 

  황유원

 

 

 

 

시베리아의 야쿠트인들은

입김이 뿜어져 나오자마자 공중에서 얼어붙는 소리를

별들의 속삭임이라고 부른다

 

별들의 속삭임을 들어본 자들은 아마

야쿠트인들이 처음이었을 거다

그들 말고는 그 누구도 그 어떤 소리에

별들의 속삭임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적 없었을 테니까

 

너무 춥지 않았더라면

너무 추워서 하늘을 날던 새들이 나는 도중 얼어

땅에 쿵,

얼음덩어리로 떨어질 정도가 아니었더라면

별들은 속삭이지도 않았을 거다

 

별들의 속삭임은 가혹해서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가혹한 lo-fi 사운드

그것은 가청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원음에 가깝게 재생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아름다움이고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자는 시베리아 아닌 그 어디서라도

하늘의 입김이 얼어붙는 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 밖에서 누군가와 나눠 낀 이어폰에서도 별들이 얼어

사탕처럼 깨지며 흩날리는

가루 소리를 듣고

 

머리가 당장 깨져버릴 것처럼 맑을 때

머리가 벌써 깨져버린 것처럼 맑을 때

그런 맑고 추운 밤이면 사방 어디서라도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 들려온다

무심한 아름다움이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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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1982년 울산 출생서강대 종교학과와 철학과 졸업. 2013 문학동네 등단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초자연적 3D 프린팅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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