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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마른 우물 (외 1편) / 문세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8.06.19|조회수327 목록 댓글 0
마른 우물 (외 1편)

문세정





도시로 이주하고부터 안구건조증이 심해졌다

사막 속을 걷는 날이 많았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유리병에 밀봉해 두었다
새로 개발한 눈물제조법이다

그러나 아직은 눈물이 숙성되기 전이라서
되도록 슬픈 사연은 피했고
영정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입으로만 통곡했다

세상은 점점 시끄러워졌다

잎은 서둘러 단풍이 들고
플라스틱 화분에서 종이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났다

피도 눈물도 없나봐
낙타눈썹을 길게 붙인 여자애들이 지나가며 말했다

적응은 빠를수록 좋은 거야
나는 천천히 걸으며 중얼거렸다

가뭄이 계속되고 있었다


―계간문예 《다층》2008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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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雨期)





고층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꽃무늬차렵이불이 비를 맞고 있다 우산도 없이 프리다 칼로 공원에 앉아 있던 블라우스처럼 고스란히 젖는다 흥건해진다 속으로 구름을 키우며 사는 것들은 원래 빗물에 약한 법

이불 속 드라이플라워 되었던 꽃잎들 선명하게 몸 불린다 난간에 매달린 줄기가 불안하지만 보송보송하게 굴어야 할 내일을 위해 지금은 흡수 맘껏 흡수

기공을 활짝 열고 자리 편 이상 이미 난 젖은 솜, 양팔저울에 슬픔의 무게를 달아볼까, 그동안 사랑인 줄 알고 키워 온 구름이 너무 무거워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다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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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정 / 인천 출생.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5년《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 시집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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