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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킬리만자로의 표범 / 반칠환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3.09.11|조회수467 목록 댓글 0

킬리만자로의 표범

 

  반칠환

 

 

 

 

 사냥도 잘하는 하이에나가 왜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겠는가.

 

 어떤 표범이 나라 잃은 선비처럼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죽겠는가.

 

 하이에나가 갖지 않은 하이에나

 표범이 갖지 않은 표범 정신아.

 

 만년 설산이 제 김에 녹겠는가.

 셰르파의 주검과 플라스틱아.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자고 나면 

 초라해진다면 운동이나 명상을 하라.

 

 진실로 귀뚜라미를 사랑한다면,

 네가 산 흔적을 남기지 마라.

 

 정말로 라일락을 사랑한다면,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사라져라.

 

 네가 살고 있는 걸 이십일 세기가

 간절히 원했다고 생각해도 좋으나

 

 80억 과대망상과 함께 사는 생명들은

 간절히도 생각이 다른 것 같다.

 

 

             ‒웹진 Nim》 202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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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 1964년 충북 청주 출생. 1992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웃음의 힘』『전쟁광 보호구역』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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