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새들이 흩날렸다
김경성
목선이 물고기 떼를 풀어놓자
양동이를 들고 순식간에 몰려드는 사람들
바닷속 수많은 말들을 손바닥 지문으로 읽어가며
같은 말들끼리 나눠서 담는다
눈에 어린 말들이 낯선 색을 내고 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이국의 말이지만
물고기 흰 비늘에 겹쳐있는 비릿한 말들이 끌어당긴다
목선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
만선의 깃발이 바람을 타며 전생의 말을 번역하는 동안
후생의 내가 찾고 있는 새로운 말들은
오래전 누군가 했던 말이었다
덧입혀진 것들이 겹으로 쌓여
더 깊은 말속으로 들어가서
그때 못다 했던 말들을 끌어다가 쓰고 있을 뿐
단지 변하지 않는 것은
끝도 없이 번지는 마음 무늬였다
흩어졌던 바닷새들이 참파꽃 핀 바닷가에 내려앉았다
굴절되지 않은
해독하지 못한
어떤 말들을 부리로 찾고 있다
—웹진 〈님Nim〉 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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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 2011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모란의 저녁』 『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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