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담
신미나
하늘에서 불타는 가마가 내려온다
검은 상자를 열면
붉은 옻칠을 한 목각인형
나비 대롱처럼 기다란 눈썹 두 가닥
어제 너는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오른쪽 볼에 찍힌 붉은 점처럼
불길하고 싱싱한 예감이
이제 막 태어나려는 걸 보았는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소용돌이치는 버드나무는
오직 사람이 아닌 것에만
그림자가 없는 것에만
젖은 뿌리를 감고 귀귀 울고
실로 묶어 매달아 놓은 목각인형이
핑그르르 두 바퀴 돌면
무서워라
허공에 들린 저 수많은 손이
한꺼번에 툭 떨어진다
―시 전문지 《아토포스》 2023년 겨울호
-----------------------
신미나 /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등.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