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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 우남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4.06.23|조회수597 목록 댓글 0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우남정

 

 

 

마디에 마디를 잇는다

마디의 옆구리에서 길을 꺼낸다

그 끝에 빨간 페디큐어를 칠한 발가락이 달렸다

 

게발선인장 마디를 따서 흙에 꽂았다

잘린 자리에 생장점이 있다니

뿌리 내린다는 말이 어찌나 깜깜한지

 

모래밭에 부화한 새끼 거북이

온힘을 다해 바다로 기어가다멈춘 듯했다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곤

등 터지도록 물 먹이는 일이었다

소금 뿌린 듯 따가운 볕에 말리는 것이었다

 

서툰 주술도 주글거렸다

뿌리 내린다는 말이 얼마나 막막한지

한 조각이 죽은 듯 엎드린 시간

 

마디에서 마디가 나고 마디가 다시 마디를 내밀어 마디를 이어가고 그 마디 끝에 붉은 꽃 한 송이 매달 때까지,

사막에 뿌리내리는 일

 

햇볕에 빛나는 것은 파편(破片)의 모서리

 

상처에서 흰 마디를 꺼낼 때까지

가마우지 떼의 먹이가 되지 않고 바다에 이를 때까지

 

*구지가

 

 

               ―반년간 시인하우스》 2024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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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정 /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돋보기의 공식」 당선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뱀파이어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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