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우남정
마디에 마디를 잇는다
마디의 옆구리에서 길을 꺼낸다
그 끝에 빨간 페디큐어를 칠한 발가락이 달렸다
게발선인장 마디를 따서 흙에 꽂았다
잘린 자리에 생장점이 있다니
뿌리 내린다는 말이 어찌나 깜깜한지
모래밭에 부화한 새끼 거북이
온힘을 다해 바다로 기어가다, 멈춘 듯했다
고작 내가 한 일이라곤
등 터지도록 물 먹이는 일이었다
소금 뿌린 듯 따가운 볕에 말리는 것이었다
서툰 주술도 주글거렸다
뿌리 내린다는 말이 얼마나 막막한지
한 조각이 죽은 듯 엎드린 시간
마디에서 마디가 나고 마디가 다시 마디를 내밀어 마디를 이어가고 그 마디 끝에 붉은 꽃 한 송이 매달 때까지,
사막에 뿌리내리는 일
햇볕에 빛나는 것은 파편(破片)의 모서리
상처에서 흰 마디를 꺼낼 때까지
가마우지 떼의 먹이가 되지 않고 바다에 이를 때까지
*구지가
―반년간 《시인하우스》 2024 상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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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정 /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돋보기의 공식」 당선. 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뱀파이어의 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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