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별 (외 1편)
박우담
나는 초원에 누워
아이들과 피리를 부네.
구름은 별사탕처럼
돌돌 말리고
아이들의 입술이
웅덩이에 비치네.
별사탕이 입술에
살짝 묻어 있는 밤
나는 풀밭에 누워
시링크스를 생각하네.
별똥별이
떨어지자
한 아이가 낙타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가네.
내 가슴엔 아이의 울음이
은하수처럼 총총히 박혀 있네.
나는 피리를 불며
길 떠난 아이의 이름을 부르네.
초원엔 반인반양의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고
판의 아버지도
태어나고 죽어가네.
낙타를 탄 아이가
날 보고 손짓하며 사라지네.
강아지풀
그는 꼬리로 신화를 쓴다
누런 이빨을 감추며 물어뜯어야
강아지여서
지나가는 발걸음과 바짓가랑이를
물어뜯는다
그의 꼬리는 혀와 무릎 사이에 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쏟아내는 기호들
꼬리의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고
몸짓이 달라진다
그가 지나간 바닥이 얼마나 될까
뜨거운 꼬리에 화상 입은 자 얼마나 될까
내 아랫입술이 앞으로 튀어나온다
꿈틀꿈틀 꼬리가 그려내는
강아지의 퍼포먼스
노예들의 합창은 시작되고
의전 나팔은 울려 퍼진다
사라질 것인지 물어뜯을 것인지
그는 고민한다
바짓가랑이 바뀌고 밤낮이 뒤바뀐다
소문이 내 달팽이관 툭 건드린다
혀와 무릎 사이
몸짓의 언어
징후가 보인다
그의 신화가 지워질
―시집 『초원의 별』 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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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 / 진주 출생. 2004년 격월간 《시사사》 등단. 시집 『구름 트렁크』 『시간의 노숙자』 『설탕의 아이들』 『계절의 문양』 『초원의 별』. 계간 《시와편견》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