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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폐사지에서 / 함기석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4.07.30|조회수614 목록 댓글 0

폐사지에서

 

  함기석

 

 

 

빛이 꼬물꼬물하다

털이 샛노란 수백 마리 송충이 유충처럼

 

무릎 연골 다 닳은 박달나무랑 이끼 마른 돌탑을 돌아

 

먼 옛날 언덕에 서서 먼 훗날을 바라보는

백일홍 어린 눈망울

 

반짝 빛날 때나는 아주 잠시 사람일 사람

 

이마로 햇빛 받으며

쪼개진 등으로 억년 하늘을 업어 자장자장 잠재우는

 

저 벙어리 부도들은

내 울음의 어마마마고 그녀들 웃는 턱수염이다

 

폐사지 사방이 화엄 자궁이고 우주다

 

빛이 팔랑팔랑하다

날개 샛노란 수백 마리 아기나비처럼

 

예쁜 건 철없는 산새랑 속을 다 들어 낸 연못 하나

 

 

               ―계간 시와 세계》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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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기석 / 1966년 충북 청주 출생.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시집 국어 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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