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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작은 인간들의 무덤 / 한여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4.11.17|조회수593 목록 댓글 0

작은 인간들의 무덤

 

   ​ 한여진

 

 

 손으로 한참을 주무르더니

 덩어리 하나를 들이민다

 내가 죽으면 같이 묻어 줘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작은 인간이

 죽는 게 뭔지나 알고 저러나 싶었다

 나란히 늘어나는 붉은 찰흙 인형들

 인형을 묻을 땐 꼭 인형의 장례식을 치러줘야 한단다 그땐 인형의 인형을 함께 묻어야 하고 또 그 인형의 인형에게도 장례식은 필요하니까

 수십 번의 장례가 예정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인간은 덩어리 하나를 둘로 나누어 큰 것으로는 인형을 만들고 작은 건 다시 둘로 나누어 그중 큰 것으로 인형을 만들고 작은 것으로는 또다시

 인형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들이 다 누구냐고 물으니

 작은 인간이 나라고 답한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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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 1990년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2019 《문학동네》 신인상 시 당선. 시집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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