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들의 무덤
한여진
손으로 한참을 주무르더니
덩어리 하나를 들이민다
내가 죽으면 같이 묻어 줘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작은 인간이
죽는 게 뭔지나 알고 저러나 싶었다
나란히 늘어나는 붉은 찰흙 인형들
인형을 묻을 땐 꼭 인형의 장례식을 치러줘야 한단다 그땐 인형의 인형을 함께 묻어야 하고 또 그 인형의 인형에게도 장례식은 필요하니까…
수십 번의 장례가 예정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작은 인간은 덩어리 하나를 둘로 나누어 큰 것으로는 인형을 만들고 작은 건 다시 둘로 나누어 그중 큰 것으로 인형을 만들고 작은 것으로는 또다시…
인형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것들이 다 누구냐고 물으니
작은 인간이 나, 라고 답한다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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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진 / 1990년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2019 《문학동네》 신인상 시 당선. 시집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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