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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외 1편) / 김복희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5.04.02|조회수690 목록 댓글 0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 (외 1편)

 

   김복희

 

 

자니,

이마도 코도 입술도 괴로워 보여

건드리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잖아

너를 나는오직 나를 위해너로 만들고 있지

즐길 수도 누릴 수도 싫어할 수도 없이

나는 네게서 나는 냄새

부풀어 오른 무덤

숨겨 놓은 집을 돌려받을 거야

대신

벚나무의 연두색 잎사귀가 얼마나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너의 귀밑머리가 어떻게 휘날리는지

너에게 가르쳐 줄 거야

목부터 이마까지 차 있지만 나오지 않는 말도

같이 해줄 거야

 

하지만 너는 내가 모르는 노래를 하네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라면

 

너는 나를 지고 다니느라 자세가 나쁘지

이마에 툭툭 핏줄이 돋고 가끔

내가 있는 걸 알아차린 듯 어깻죽지나 뒷목을 주무르는데

 

날지는 못하네

 

날개,

오직 너를 위한 것

하지만 너의 몸도 오직 너를 위한 것

내가 거칠게 몸부림치고

너의 뒷목을 당길 때 너는 아프지

너는 나를 알고 있지 

 

하지만 너는 내가 모르는 노래를 아네

날개는 새가 아니네

 

 

지옥에 간 사람들은 꽃을 심어야 한다

 

 

지옥에 가면 꽃을 심어야 해

 

모래사장이나 늪에서?

아니

그럼 움직이는 꽃을?

아니

 

 

아름다운지

가시가 있는지

넝쿨째로 자라는지

시들어가는지 말라 죽었는지

사방 모르고

밤낮 모르고

심어야 해

눕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아

 

한 송이를 받아 와

제대로 서도록

두 송이를 받아 와

제대로 서도록

 

온갖 향기가 나는데

향기인 줄 모르고

한 사람 평생에 넘치는

색채 속에서

 

꽃을 달라고

말을 걸어도

지옥에서 나가도 좋다고

말을 해줘도

무슨 말인 줄 다 알고도

다 듣고도 자신의 손안에

 

꽃을

 

악마에게든 천사에게든

한 송이를 받아서

한 송이를

두 송이로 받아서

두 송이가

 

뼈가 마르도록 고요한 풍경이야

닿아도 닿아도 너른

 

 

          —『2024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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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 1986년 전남 진도 출생전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산문집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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