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연습
박소란
날벌레가 있다
죽어가는 날벌레가, 하필 주전자 속에
물을 끓이려다 말고 나는 기다린다
조그맣게 요약될 하나의 죽음을
어디야? 오고 있어?
몇통의 메시지를 보내고
읽다 만 책을 들어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어떤 문장에는 일부러 진하게 밑줄을 긋는다
우리는 말없이 걸었다 바닥에 켜켜로 내리깔린 침묵, 그 또한 사랑이었다
주전자 옆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고요히, 고요히, 그러다 그만 고요가 되어버리기
죽음이 오면
나는 따뜻하겠지
흰 김이 피어오르는 한컵 물을 후후 불어 마시며
구겨진 사랑을 다시 펼쳐 읽으며
주전자 뚜껑을 만지작거린다
이제 막 혼을 씻어낸 사람의 차디찬 손 같네 생각한다
그 손을 꼭 잡고, 오지 않는
죽음은
실은 이미 여러번 다녀갔는지도 모른다고
없는 날개를 연습하듯이
또다시
또다시
아무 곳으로도 날아가지 않고
나는 기다린다
날아오지 않는 답장을
답장이 오면
너는 따뜻하겠지
오고 있어?
숨을 멈추고, 그러다 그만 무엇을 기다리는지 잊어버리기
―계간 《창작과 비평》 2025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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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 / 1981년 서울 출생. 2009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한 사람의 닫힌 문』『있다』『수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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