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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저녁 소리 (외 1편) / 유현숙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6.06.08|조회수283 목록 댓글 0

저녁 소리 (외 1)

 

   유현숙

 

 

 

능선을 태우고

잠든 물바닥을 반쯤 베어 무는 소리

 

깊은숨 몰아쉬며

뒷산 어깨로 해 떨어지는 소리

 

화약 터지듯 번진 놀빛이 지상에 남기는

애절한 장송곡 한 소리

 

풀들이 울며

어둠이 짙은 쪽으로 몸 기우는 소리

 

그림자 남기고 떠난 기적汽笛

바지랑대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소리

 

일별도 없이 어스름 눈길이

말 삼키는 소리

 

짧은 처마 아래서 녹슨 별을 닦으며

놋숟갈로 제 속을 긁는 소리

 

그 소리들에 귀 털며 발돋움하는

 

내 숨소리.

 

 

 

가을볕

 

 

 

볕이 참 좋다내일 뭐 해?

 

들도 산도 붉다

올래?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 빵빵 채웠어

해거름 둑길 끝까지 달리자

 

산촌 가을은 짧아

산집은 쉬 어두워지고 추워

저녁엔 장작 패서

난로에 불 지펴 불멍 어때?

 

건너와

입석이라도 타고

 

새벽의 숲이 가장 숲다운 것 알지?

빨간 장화 신고

노란 꽃 더미 건너

여뀌도 고마리도 이슬 젖은 들길 걷자

 

좋아하는 커피 내려놓을게

꼭 와.

 

 

 

               —시집 내일 뭐 해』 2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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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동양일보, 2003년 문학으로 등단시집 서해와 동침하다』『외치의 혀』『몹시』『내일 뭐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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