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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 부영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6.06.11|조회수215 목록 댓글 0

기상대 언덕에서 비를 맞다

 

   부영우

 

 

 

기상대 언덕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

아래에서 사과를 먹다가

잎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았다

비를 피하려고 기상박물관에 들어갔다

 

박물관을 혼자 구경하며

나라에 가뭄이 드는 까닭이

임금이 분수에 지나쳐서 그렇단 말이나

빗물이 노란 게 불길한 징조가 아니라

송홧가루 탓이란 걸 밝혀낸 일이나

지진계가 민감하니 기상대 마당에서 족구 좀 하지 말라고

누가 소리쳤다는 일을 알았다

 

지구를 발게 네모 칸으로 쪼개서

지나간 칸의 대기를 분석하면

다음 칸의 날씨를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맨 처음 한 사람의 고생담을 들었다

 

원래 날씨라는 건 불가사의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상이나 벌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머리 커진 인간들 스스로가

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늘님이 지겨워 어느 날 세계를 놓아 버린다고 해도

방정식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바라고 기도할 때

하늘을 향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의 하늘을 오래 보며 발견한

태양 주변에 생긴 흰 무지개*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제 몸에 피는 꽃이 세 송이째가 되면은

오늘부터가 벚꽃 핀 날이라고 선언하는

저 계절관측 표준 벚나무처럼

계절이 바뀌고 있으니까 얼른 일어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지나간 칸을 들추기보다는

오늘의 별을 세느라 목이 휜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 생각하며

 

꽃잎 신고 고랑을 흘러내리는

빗물에 손을 닦았다

 

기상대 직원 하나가 손우산을 쓰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풍운기(관상감에서 날씨를 관측하여 기록하는 일지) 중에서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2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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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우 / 1980년 제주 출생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9경향신문〉신춘문예 영화평론 당선,  2024년 웹진Nim에 시 당선시집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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