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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찻집에서(외 1편) / 김종휘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6.06.21|조회수191 목록 댓글 0

찻집에서 (외 1편)

 

   김종휘

 

 

 

마당엔 측백나무와 화초들이 봄볕에 눈을 뜨고

대문 옆에는 대추나무 수위 한 그루 서 있다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드뷔시의목신의 오후전주곡이 흐른다

 

진한 커피 향에 끌려 창가에 앉는다

작은 난로 위에 노란 주전자가 마른침을 삼키고

커다란 통나무 탁자 위에 시집이 쌓여 있다

 

남한 강이 흐르는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다

앞에 앉아 이야기꽃 피우던 그가 문득 생각난다

가슴속에 회한이 몰려왔다가 사라지길 여러 번

마음속에 상처를 싸매가고 있는데

 

갑자기 카페 주인이 전쟁의 슬픔을 토로한다

겨우내 고생하다 봄을 맞아 간신히 어깨를 펴는데

또 전쟁이라니 어린 생명들까지 수백 명 죽이더니

이젠 원유라는 무기로 위협하고 있다고

 

손님들은 전쟁범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 그러니까만 되뇌고 있다

가벼워진 마음이 다시 비 맞은 것처럼 무거워져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그래도 위로 한마디는 하고 가라고

측백나무 향기가 물큰 머리를 때린다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

 

 

유배지에서

 

 

 

국경에서 이어진 길과

붓의 경계 사이에 집이 있다

무언가를 매일 심어야 하는 나는

꽃씨 대신 붓을 심고 물을 주었다

산 아래 펼쳐진 야생화를 그리다가

붓을 놓쳐 버렸다

바람 춤을 추는 꽃과 나비들을 가두고 싶었지만

꽃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나비들은 날아갔다

그해 겨울 첫눈은 무릎 가까이 내렸다

잎사귀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하늘 마 열매들

심지 않은 누군가가 열매를 따가던 날

바람은 잎사귀를 잡고 며칠을 울었다

국경 수비대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바람은 붓의 경계를 눈 위에 그린다

솔개는 북쪽 하늘을 둥글게 날고

나는 남쪽으로 23.5도 기울어진다

 

 

 

            ―시집 유채색 정원』  2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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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문학의 오늘》 2회 추천으로 등단시집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낯익어서낯선유채색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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