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에서 (외 1편)
김종휘
마당엔 측백나무와 화초들이 봄볕에 눈을 뜨고
대문 옆에는 대추나무 수위 한 그루 서 있다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서니
드뷔시의〈목신의 오후〉전주곡이 흐른다
진한 커피 향에 끌려 창가에 앉는다
작은 난로 위에 노란 주전자가 마른침을 삼키고
커다란 통나무 탁자 위에 시집이 쌓여 있다
남한 강이 흐르는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다
앞에 앉아 이야기꽃 피우던 그가 문득 생각난다
가슴속에 회한이 몰려왔다가 사라지길 여러 번
마음속에 상처를 싸매가고 있는데
갑자기 카페 주인이 전쟁의 슬픔을 토로한다
겨우내 고생하다 봄을 맞아 간신히 어깨를 펴는데
또 전쟁이라니 어린 생명들까지 수백 명 죽이더니
이젠 원유라는 무기로 위협하고 있다고
손님들은 전쟁범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 “그러니까”만 되뇌고 있다
가벼워진 마음이 다시 비 맞은 것처럼 무거워져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그래도 위로 한마디는 하고 가라고
측백나무 향기가 물큰 머리를 때린다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
유배지에서
국경에서 이어진 길과
붓의 경계 사이에 집이 있다
무언가를 매일 심어야 하는 나는
꽃씨 대신 붓을 심고 물을 주었다
산 아래 펼쳐진 야생화를 그리다가
붓을 놓쳐 버렸다
바람 춤을 추는 꽃과 나비들을 가두고 싶었지만
꽃들은 무참히 짓밟히고, 나비들은 날아갔다
그해 겨울 첫눈은 무릎 가까이 내렸다
잎사귀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하늘 마 열매들
심지 않은 누군가가 열매를 따가던 날
바람은 잎사귀를 잡고 며칠을 울었다
국경 수비대의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바람은 붓의 경계를 눈 위에 그린다
솔개는 북쪽 하늘을 둥글게 날고
나는 남쪽으로 23.5도 기울어진다
―시집 『유채색 정원』 2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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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5년 《문학의 오늘》 2회 추천으로 등단. 시집 『버려진 것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낯익어서, 낯선』『유채색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