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을 줍는 사람
이영옥
그는 말을 고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본 날, 그는 도로 위에 떨어진 말들을 줍고 있었다
상처를 피해 가는 반짝이는 단어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는 단어를 모아 누군가를 수선하는 데 쓸 거라고 했다
성한 데가 없는 나를 붙잡기 좋은 말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가다가
피곤해지면 그가 만든 구름 같은 문장을 덮고 잠들곤 했다
아기가 처음 엄마를 부르듯
입 안이 말랑해지고 달콤한 침이 고였다
그가 입을 열면
말이 아니라 공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 공기를 온몸에 두르고 전보다 온전해지길 바랐다
그의 입 안에는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말이 계속 자라났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부드러운 것을 숨이 막히도록 껴안았다
혀처럼 그의 말이 내 몸을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서늘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걸을 때마다
검은 물방울을 내 몸에 튕겼다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였다
긴 서사를 통과한 끝에는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빛을 뱉는 입은
음흉한 어둠을 입천장에 붙여둔다
그는 지금도 어디선가 주워온 말을 이어 붙여
아름답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짐승은
먹이를 찾을 때
깃털을 고른 뒤 노래하니까
나는 이제 그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사람은 먹이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부른다
—계간 《작가와사회》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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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 경북 경주 출생.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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