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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얼룩을 줍는 사람 / 이영옥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26.06.21|조회수248 목록 댓글 0

얼룩을 줍는 사람

 

   이영옥

 

 

그는 말을 고르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처음 본 날그는 도로 위에 떨어진 말들을 줍고 있었다

상처를 피해 가는 반짝이는 단어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는 단어를 모아 누군가를 수선하는 데 쓸 거라고 했다

성한 데가 없는 나를 붙잡기 좋은 말이었다

 

나는 그를 따라가다가

피곤해지면 그가 만든 구름 같은 문장을 덮고 잠들곤 했다

 

아기가 처음 엄마를 부르듯

입 안이 말랑해지고 달콤한 침이 고였다

 

그가 입을 열면

말이 아니라 공기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 공기를 온몸에 두르고 전보다 온전해지길 바랐다

 

그의 입 안에는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말이 계속 자라났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부드러운 것을 숨이 막히도록 껴안았다

 

혀처럼 그의 말이 내 몸을 천천히 지나갔다

나는 서늘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는 걸을 때마다

검은 물방울을 내 몸에 튕겼다

지우지 않았다

지우면 다시 시작될 것 같아서였다

 

긴 서사를 통과한 끝에는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빛을 뱉는 입은

음흉한 어둠을 입천장에 붙여둔다

 

그는 지금도 어디선가 주워온 말을 이어 붙여

아름답게 말하고 있을 것이다

 

짐승은

먹이를 찾을 때

깃털을 고른 뒤 노래하니까

 

나는 이제 그 말을 따라가지 않는다

 

사람은 먹이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부른다

 

 

 

         —계간 작가와사회》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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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경북 경주 출생.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시집 사라진 입들』『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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