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해변
하재연
“말의 눈을 이렇게 가리는 이유를 알아요?”
사물의 가장자리를 보지 말라고
어둠으로 두려움을 대신하라고
홍수로 물이 넘쳐도 마실 물이 없는 세계에서
비 맞은 조화를 지붕에 꽂고 달려가는 노부부의
마차 소리를 들었다.
커다란 말 울음소리가 가짜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다섯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의 한 봉우리
연꽃 핀 절의 끝에서 소원을 빌면
좋은 일이 이루어진다고
너는 푸른 양초를 밝혔다.
포탈라카의 뜻은
해안의 작은 나무
빛나는 작은 꽃
광명이 내려오는 집
우리가 돌아갈 집에 심길
작은 나무와 꽃 들을 기원하며 쓰는 너의 글씨
촛농이 눈물처럼 글자들을 덮기도 전에
‘꿈이 이루어지는 길’의 몽돌 소리가
파도와 같이 돌아와 우리의 꿈을 지웠다.
잠자리의 눈이 수만 개라는 걸 알아?
창 안으로 들어온 잠자리는
초점이 맞는 한 개의 눈을
가지지 못해 창밖으로 나갈 수 없는 거래.
태양빛 아래 너는 두 눈을 찡그렸다.
밝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사람같이
모래사장의 발자국처럼 지워진 꿈에서 우리가 깨어나기도 전에
―계간 《문학과사회》 2026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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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 시집 『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우주적인 안녕』『인간이라는 환상처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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