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그림자 2 (외 1편)
최진화
언제부터인가 잠들기 전
나도 모르게 오른팔을 슬그머니
이마 위에 올려놓고 있다
돌아가신 엄마가 자주 하던 몸짓
똬리 튼 손이 무겁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때
내 머리는 까맣게 빛났고
엄마의 머리에는 희끗희끗 눈이 내리고 있었지
파르르 떨리던 눈꺼풀 아래 뒤척이던 시름들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짐승들을 누르고 싶었던 것일까
둥근 팔에 휘감아 하늘로 쫓아내고 싶었던 것일까
잠들지 못해
엄마처럼 누워 투닥거리고 있는 밤
까만 머리 찰랑대는 딸내미가
어느새 다가와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눈물이 오는 소리
한 시절 용케도 참았다
소리 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타악 탁
불현듯 입을 벌린다
뜨거운 눈물이 솟구친다
일월의 바다를 건너온 개조개들
연탄불 위에서 장전된 총알을 쏘아대고 있다
한잔 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제법 주정까지 부리고 있다
취하지 않는다고
왜 취하지 않는 거냐고
밤새 개조개들은 눈물이 오는 소리를 무한리필하고
희뿌연 새벽 바다로 나가 엎어진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한 번
껍데기로
다시 바다로 가기 전
딱 한 번뿐이었다
―시집 『눈물이 오는 소리』 2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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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화 / 1963년 경기 동두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 2005년 《문학나무》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푸른 사과의 시절』『눈물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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