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살핌
오 은
창문을 연다
창문을 열고
맞은편 창문을 본다
굳게 닫힌 문과 창문들
외부의 흔적을 한참 거부한 몸짓들
안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대신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
시원스레 뻗지 못하는 발걸음
목덜미에 흥건한 땀
고여 있는 그림자
32℃ 59%
온도와 습도가 말해주지 않는 것
뙤약볕 아래에서도
몸을 움츠리는 사람
낮은 습도에서도
온몸이 젖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이
지나지도 가지도 못할 때
열린 창문으로 비바람이 들이친다
빗방울이 두드려도
바람이 흔들어도
묵묵부답인 문과 창문들
지나가는 사람은 아직 벗어나는 중이다
창문을 닫는다
내 차례다
—웹진《님Nim》 202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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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 2002년《현대시》로 등단. 시집『호텔 타셀의 돼지들』『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유에서 유』『왼손은 마음이 아파』『나는 이름이 있었다』『없음의 대명사』,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 산문집 『너는 시방 위험한 로봇이다』『너랑 나랑 노랑』『다독임』『초록을 입고』『뭐 어때』『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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