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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8.11.09|조회수3,002 목록 댓글 0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 월간 《우리詩》200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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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진 / 1929년 충남 서산 출생. 《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혼자 사는 어머니』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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