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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 (외 1편) / 정희성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9.03.24|조회수358 목록 댓글 0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지 (외 1편)

정희성




손에서 일을 놓았다
나도 이제 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싶다
샤갈이 그 아내와 함께 하늘로 떠오르듯
중력을 버리고 이 병든 도시로부터 가벼이
사는 동안 꼬리가 너무 길어졌다
꼬리가 끌고온 무거운 길을 돌아보며
이쯤에서 나도 길을 내려놓고 싶다
돌아가는 길을 지워버리고
길섶에 핀 풀꽃과 인간들의 거처를 지나온
이 보잘것없는
흉측한 짐승 같은 삶의 꼬리가 밟히기 전에
꼬리를 자르면 길이 사라질까
꼬리를 자르면 날개가 돋을까
영혼이 깃털처럼 가벼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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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 일곱 살이야 열 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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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 1945년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및 같은 대학원 졸업.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답청』『저문 강에 삽을 씻고』『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詩를 찾아서』『돌아다보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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