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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어둠이 아직 / 나희덕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9.06.01|조회수444 목록 댓글 0
어둠이 아직

나희덕




별들을 온통 둘러싸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 어둠을 뜯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별은 어둠의 문을 여는 손잡이
별은 어둠의 망토에 달린 단추
별은 어둠의 거미줄에 맺힌 밤이슬
별은 어둠의 상자에 새겨진 문양
별은 어둠의 웅덩이에 떠 있는 이파리
별은 어둠의 노래를 들려주는 입술

별들이 반짝이는 동안에도
눈꺼풀이 깜박이는 동안에도
어둠의 지느러미는 우리 곁을 스쳐 가지만
우리는 어둠을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
뜨거운 어둠은 빠르게
차가운 어둠은 느리게 흘러간다지만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
아, 얼마나 다행인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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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 1966년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야생사과』,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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