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을 혼자 두면 안 되는 이유
심언주
창에 매달린 흰 구름에 막대를 꽂으면 솜사탕이 혀끝에
서 녹아내린다. 나는 아직 덜 녹은 내 하얀 이의 성분을
분석 중이다.
그러나 흰 구름을 혼자 내버려 두면 아무 데나 가서 부
딪혀 멍든다. 뭉게, 새털, 양떼, 거위, 풍선, 찐빵. 접시에
구름을 나눠 담기도 전에 그것들은 제멋대로 이름을 바꾼
다. 책을 읽는 동안 놓친 흰 구름. 나는 새 구름을 입양할
계획이다.
오래 버려둔 흰 구름이 씹던 껌처럼 검게 눌어붙어 있다.
무더기로 구름이 부서져 내린다. 마을 전체가 고립된다.
나무, 집, 자동차를 토핑으로 얹은 마을이 딴 세상으로
배달된다.
—《시안》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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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주 / 1962년 충남 아산 출생. 공주교육대학 졸업.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4월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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