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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긴 손가락의 시 / 진은영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05.04.03|조회수1,407 목록 댓글 0
긴 손가락의 詩

진은영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
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
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
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
는 쓴다. 내게서 제일 멀리 나와 있다. 손가락 끝에서
시간의 잎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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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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