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의 문제 (외 1편)
나희덕
조롱은 새를 품은 채 날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철망 사이의 공기 함량이 너무 적었다
조롱의 문제는 무거움보다 조밀함에 있었다
가늘고 촘촘한 정신을 두른 조롱은
새의 눈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동안 조금씩 녹슬어갔다
녹슬어간다는 것은
느리게 진행되는 폭발과도 같아서
붉게 퍼지는 말들이 조롱을 갉아먹었다
조롱은 녹슨 방주처럼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새가 가진 것은 조롱 속의 허공,
새가 할 수 있는 일은 울음소리를 흘려보내
조롱 안과 밖의 공기를 드나들게 하는 것이었다
닻줄 구멍에서 닻줄을 끌어내듯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날개를 파닥이는 것이었다
물론 조롱에게는 작은 문이 있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닫는 것은 조롱 밖의 권한이었다
물과 모이를 갈아주는 손은
이내 문을 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닫힌 문으로 절망은 더 잘 들어왔지만
철망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그들을 견디게 했다
희박해지는 공기 속에서
당신과 물고기*
아가미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아가미가 팔딱거릴 때마다
물고기의 표정이 조금씩 변한답니다
아, 당신에게는 정교한 턱이 있군요
딱딱한 것을 씹을 수 있고
수천 가지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진화의 결정적 흔적 말이에요
삶이라는 질긴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이빨을 드러내 보이는 당신,
하지만 물고기의 가시와
당신의 등뼈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실은 당신도 잘 아시잖아요
물에서 뭍으로 옮겨 오기까지
당신의 종족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요
팔과 다리 없이도
지느러미가 지느러미를 만지던 걸 기억하나요
잘 생각해보세요
웃을 때 파도 소리가 나는 것은
당신 안의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파닥였기 때문
화가 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당신 안의 상자해파리가 눈을 톡 쏘고 달아났기 때문
그토록 목이 마른 것은
당신 안의 물고기가 물 밖에 있기 때문
그런데도 당신은 끝내 기억해내지 못하는군요
아가미와 지느러미의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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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닐 슈빈의 Your inner fish 참조
—《문학과사회》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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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야생사과』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