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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생일 (외 1편) / 류인서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0.12.12|조회수373 목록 댓글 0

생일 (외 1편)

 

   류인서

 

 

 

어서 오세요 어머니 오늘이에요

나 지금, 당신이 말한 그 끔찍한 나이에 닿았어요

습관처럼 놓인 푸짐한 생일상을 보세요 아름다운 붉은상보 좀 보세요

 

드세요 어머니 하고많은 날의

불어터진 장수면발을 드세요

무지개떡 쑥개떡 장미화전 드세요

벽사진경의 이 수수팥경단은 꼭꼭 씹어 드세요

앞접시 뒷접시의 케이크 조각도 드시고요

노래가 시들기 전 미역줄기가 식기 전, 양초의 작은 불꽃 후― 불어 꺼드릴게요

 

드시고도, 헛것처럼 그대로인 시장기로는

나를 드세요 내 화분의

미뢰가 사라진 혓바닥 선인장을 드세요

이 귓바퀴와 오돌뼈를 드세요 휘파람 마파람소리까지 잊지 말고 드셔주세요

역산逆産의 산고 넘어 새파랗게 나 낳아주신 어린 어머니

주름 많은 되새김위장 속 내가 삼킨 천사와 악마의 수컷들까지

이물 없이 드셔주세요

 

드시고

밝은날 밝은시 골라

다시 날, 낳아주세요 어머니

 

 

                              —《시인시각》 2010년 겨울호

 

 

렌즈

 

 

 

해변으로 떠밀려와 죽어가는 화면 속의 고래

 

그 고래 물기 그렁한 눈접시에 담기는 배부른 구름

 

그 구름 몸 풀어 어린 구름에게 젖 물리는 동안

 

어린 구름 자라 덩치 큰 고래 구름으로 다시 떠가는 동안

 

죽어가는 고래 둥근 눈접시 둘레에 백배 속 빨리감기 테잎처럼 되감기며 지워지는 머나먼 낯선 별의, 바깥

 

 

 

              —『낯선 별의, 바깥』시와시학동인시집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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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서 / 1960년 대구 출생. 2000년《시와사람》신인상, 2001년《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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