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육손이
권민경
귀부인의 부채처럼 활짝
필 때 아름다운 손
레이스처럼 펄럭이던
여분의 삶
6번째 손가락을 분리한 밤
열이 오르고 환상 속에서 두 손 모두 손가락이 6개인
아름다운 난쟁일 만나지
수줍은 듯 얼굴을 감싸는
12개의 별자리 12개의 귀여운 손가락
하늘이 커다란 오르골처럼 돌아가요
별들이 길을 따라 행진하네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
6번째 손가락이 잡음을 만들어내지
꿈은 조율되지 않네
오래되고 쓸모없는 것이 다정할 때
갓 먼지를 털어낸 보석함에
떼어낸 손가락 두 개를 고이 넣어두었어
어느 날 내 방엔 조그만 발자국이 어지럽고
보석함엔 뚜껑이 열린 채
오르골 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네
없어진 건 6번째 손가락뿐
잠을 자다가 경기를 일으키고 머리칼을 더듬거렸어
내가 벗어놓은 이름은 어디 있나
어느 주머니 속에서 떨고 있나
아프고 귀여운 기형의 나날
—《창작과비평》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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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경 / 1982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2011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 「오늘의 운세」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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