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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생일축하 / 하재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1.06.04|조회수298 목록 댓글 0

생일축하

 

   하재연

 

 

 

내가 만든 것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어서

기뻤다

열두 살

가슴의 멍울들이 팡팡 터져

공기 방울처럼 가벼워지기만을

바랐다

 

흙을 파고

인형을 묻었다

더 깊이 더 차갑게

엄마더러 보라고

머리카락은 조금 남겨두고

발로 꾹꾹 밟고 나서

오줌도 조금 쌌다

여섯 살이었다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깨어났다

입이 사라지고

눈이 하나로 합쳐졌다

없는 입에서

계속해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무도 태어나지 않은 날

그 첫날을

나 혼자 축하했다

 

 

 

                       —《詩로 여는 세상》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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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 박사과정. 2002년 제1회 《문학과 사회》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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