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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꽃과 재 / 이제니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1.06.29|조회수656 목록 댓글 0

꽃과 재

 

   이제니

 

 

 

여기저기에 꽃이 있었다

여기저기에 내가 있었다

 

너는 꽃을 뒤집어쓰고 죽어버렸다

 

붉고 환한 것들은 오로지 재

느리게 소용돌이치며 구름의 재

 

어둠 속에 어둠이 있었다

불타오른 자리는 희고 맑았다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쓸쓸한 사람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이다

 

흔적은 도처에 있었다

꽃은 가지 끝에서 피어올랐다

 

꽃은 그림자들의 재

재는 그림자들의 꽃

 

감은 눈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보이는 대로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뒤를 돌아본다 뒤를 돌아본다

 

꽃잎 위로 회색이 내려앉고 있었다

차가운 물에 천천히 얼굴을 묻었다

 

 

 

                          —《현대시》2011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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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니 / 1972년 부산 출생. 2008년 〈경향신문〉신춘문예에 「페루」당선.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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