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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經夜 / 전기철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2.03.03|조회수323 목록 댓글 0

經夜

 

   전기철

 

 

 

초등학교 동창생이 죽었다

「나자리노」를 즐겨 불렀던 아이

누구를 만나거나

유리 가가린의 “어둠을 즐기십시오”라고 했던 아이

우리들 사이에 별에 대해 가장 많이 알았던 아이

요셉처럼 꿈 장사를 했던 아이가 죽었다.

 

연극에서처럼 인생을 급전시키기 위해

창녀가 되었던 가난한 아이

'나는 별의 친구야 별을 읽는 법을 가르쳐 줄까?'하면서

밤의 메뉴판을 내밀던 아이가 자신의 별로 갔다

 

어떤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어떤 책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옛날이야기는 모두 신성하며

옛 말들은 모두 신비한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던 그 아이가

 

창녀가 되어 간다면서 자랑하던

화장을 진하게 하고 동창모임에 나타나

세상이 얼마나 보잘것없는가를 신나게 애기해 주던

세상을 돈짝보다 작게 생각했던

그 아이가 죽었다.

 

친구야,

별이란 다른 시간 속에서 달려오는 거야.

나는 네 밤의 장기투숙자가 될게.

네가 보고 싶으면

외로운 공중전화 부스에서

너의 별에 전화를 걸게.

예이츠의 보름달이 뜨면

하루를 반으로 찢어서 너에게 편지도 쓸게.

그런 날 밤

너와 나의 학교, 폐교에서

저 홀로 신음하는 오르간이 울고 있을 거야.

 

 

 

                             —《애지》201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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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철 / 1954년 전남 장흥 출생. 전남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 수료. 1988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나비의 침묵』『풍경의 위독』『아인슈타인의 달팽이』『로깡땡의 일기』, 현재 숭의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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