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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무게 / 박경자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2.05.24|조회수302 목록 댓글 0

무게

 

   박경자

 

 

 

겨울 숲 앙상한 가지 위에

엎질러진 허공은 공평하다

 

더하고 덜한 데가 없다

먼 데 능선에서 가까운 골짜기까지

높거나 낮거나

똑같은, 한 근 반이다

 

문제는 허공이 아니라 저 자신이라는 것

 

염치없이 허공 속으로 쭉쭉 뻗어 오른 갈참나무

눈치껏 팔 벌리고 몸 낮춰 적당히 허공을 견디는 층층나무

휘어지고 비틀어지며

마디 굵은 손으로 허공을 온통 혼자 견디고 있는 오동나무

등, 등,

 

저마다 다른 무게를 견디고 있는 앙상한 가지들을 보면 안다

 

오늘도 허공은

제 속에 시린 바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구름 한 점 품었거나 말거나

더하고 덜한 데 없이

공평하다

견딜만하다

 

 

 

                            —《현대시학》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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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 전북 전주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상처는 가장자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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