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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질투 (외 1편)/ 손진은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2.05.28|조회수569 목록 댓글 0

질투 (외 1편)

 

   손진은

 

 

 

세상 가장 맑은 눈을 가진 생물은

파리라지

수천 홑눈으로 짜 올린 겹눈

흰 천보다 순금보다 거울보다 맑게 빛나게

두 손으로 두 팔로

밤이고 낮이고 깎아낸다지

그렇게 깎인 눈 칠흑의 어둠도 탄환처럼 뚫는다지

꿀이 있는 꽃의 중심색이 더 짙어지는 걸 아는 것도

단숨에 그 깊고 가는 통로로 빨려드는

격렬한 정사(情事)도

다 그 눈 탓이라더군

공중을 날면서도 제자리 균형 잡아주는

불붙는 저 볼록거울!

세상에 절여진 눈 단내가 나도록 깎고 깎아야

자신이든 적이든 먹잇감이든 제대로 보이는 법

같은 태생이면서도 짐짓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손 비빈다고

날마다 닦아야 할 죄가 무어 그리 많으냐는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부신 햇살 떠받치며 용맹정진하는

파리 대왕, 파리 마마들

소리들이

천둥같이 쏟아진다

 

 

 

콩나물

 

 

 

털어버리기 위해 물을 맞는가 저들은

퍼붓는 빗줄기 뒤집어쓴 처마 밑 개처럼

목덜미 저리 세게 흔들어대는가

푸르스름한 새벽부터 잦아드는 황혼까지

쏴아아에서 똑똑까지

세포 열어 기다렸음직도 한,

깔깔거리며 부비고 안겨오다

마침내 머쓱하게 발길 돌리는 물의 기억마저

애써 짜 말리는가

불인 듯 꺼버리는가

화살 빗발치는 적진 뚫고 떠온 물

군사들 앞에서 쏟아버린 알렉산더처럼 비장하게

내치고야 마는가 물 빠져나간 자리 컴컴한 적멸 화두로 붙안고

계곡에 담그고 싶어 우줄거리는 발가락은 타이르며

물음표처럼 큰 머리 꼿꼿이 치켜세운

파리한 은수자들 앞에 서면

네 안의 열기로 키를 키워라

검은 동굴 속 수런거리는 먼 조상들의 음성

 

 

 

                             —시집『고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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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1987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고요 이야기』. 현재 경주대학교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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