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외 1편)
손진은
세상 가장 맑은 눈을 가진 생물은
파리라지
수천 홑눈으로 짜 올린 겹눈
흰 천보다 순금보다 거울보다 맑게 빛나게
두 손으로 두 팔로
밤이고 낮이고 깎아낸다지
그렇게 깎인 눈 칠흑의 어둠도 탄환처럼 뚫는다지
꿀이 있는 꽃의 중심색이 더 짙어지는 걸 아는 것도
단숨에 그 깊고 가는 통로로 빨려드는
격렬한 정사(情事)도
다 그 눈 탓이라더군
공중을 날면서도 제자리 균형 잡아주는
불붙는 저 볼록거울!
세상에 절여진 눈 단내가 나도록 깎고 깎아야
자신이든 적이든 먹잇감이든 제대로 보이는 법
같은 태생이면서도 짐짓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손 비빈다고
날마다 닦아야 할 죄가 무어 그리 많으냐는 뾰로통한 입들에게
폐일언하고
눈알부터 깎으라고
부신 햇살 떠받치며 용맹정진하는
파리 대왕, 파리 마마들
소리들이
천둥같이 쏟아진다
콩나물
털어버리기 위해 물을 맞는가 저들은
퍼붓는 빗줄기 뒤집어쓴 처마 밑 개처럼
목덜미 저리 세게 흔들어대는가
푸르스름한 새벽부터 잦아드는 황혼까지
쏴아아에서 똑똑까지
세포 열어 기다렸음직도 한,
깔깔거리며 부비고 안겨오다
마침내 머쓱하게 발길 돌리는 물의 기억마저
애써 짜 말리는가
불인 듯 꺼버리는가
화살 빗발치는 적진 뚫고 떠온 물
군사들 앞에서 쏟아버린 알렉산더처럼 비장하게
내치고야 마는가 물 빠져나간 자리 컴컴한 적멸 화두로 붙안고
계곡에 담그고 싶어 우줄거리는 발가락은 타이르며
물음표처럼 큰 머리 꼿꼿이 치켜세운
파리한 은수자들 앞에 서면
네 안의 열기로 키를 키워라
검은 동굴 속 수런거리는 먼 조상들의 음성
—시집『고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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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은 / 1959년 경북 안강 출생. 1987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고요 이야기』. 현재 경주대학교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