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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손톱 (외 1편) / 이채민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2.06.05|조회수446 목록 댓글 0

손톱 (외 1편)

 

   이채민

 

 

 

한 뼘 우주 속의 작은 섬

초대 받지 않았지만 나는 이곳에 있다

내 자리가 없으므로

시간을 긁적거리거나 떠돌아야 했다

꿈이 하나여서 무겁지는 않지만

속이 훤히 보여서

비밀을 넣어 두면 뜨끔거렸다

간직해야 하는 비밀이 두꺼워질수록

아픔은 무뎌지고 파도는 순해졌지만

섬은 선홍의 피로 물이 들었다

가끔 바다의 호명을 받으면

가난한 내 꿈은

하나뿐인 불구의 날개로

파도의 현을 타고 날아다녔다

어느 태양계의 혈통인지

나는 내가 궁금하다

 

 

 

동백을 뒤적이다

 

 

 

오동도 흰 눈 속의 붉은 동백이

초인종을 누르며

휴대폰 화면에서 피어난다

설원 속 그의 렌즈에 잡힌 동백꽃은

우리의 불안한 관계를 알고 있는지

3초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사라진다

뜨거운 혈관에서

소금 알갱이보다 빠르게 녹아버린 동백꽃

그와 나의 체온이 다른 것을 어찌 알았을까

 

노을을 바라보는

남해의 섬이 수심에 잠겨 있다

파도는 수천의 붉은 혀로 나를 달래고 있지만

흔들리는 건 내가 아니라 섬이다

 

 

 

                              —시집 『동백을 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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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 / 1957년 충남 논산 출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기다림은 별보다 반짝인다』『동백을 뒤적이다』. 현재 《미네르바》작가회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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