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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은어 (외 1편) / 권달웅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2.07.03|조회수500 목록 댓글 0

은어 (외 1편)

 

   권달웅

 

 

 

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맑은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저 아득한 바다로 항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

가슴에 품었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

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

나 여기 떠나 저 투명한 낙동강으로 돌아간다면

원앙이 새끼쳐나가는 저 먼 비나리 지나

명경처럼 맑은 명호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강바닥 속 은모래처럼 환히 비치는 유년의 내 얼굴 들여다보리

은어처럼 내 몸에서 나는 수박향기 맡으리

 

 

                            —《현대시학》2012년 6월호

 

 

破寂

 

 

 

묘적사 뒤란 들마루에

살구나무 그늘이 내려왔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잎에

동자승이 앉아 놀고 있었다

가끔 노랗게 익은 살구가

들마루에 툭 하고 떨어졌다

살구가 떨어질 때마다

고요가 움찔움찔했다

앉아 놀던 동자승이

굴러가는 살구를 따라가다가

살구와 같이 지구 한 모퉁이로

툭 하고 떨어졌다

 

 

 

                        —《시안》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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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달웅 / 1944년 경북 봉화 출생. 1975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환상』『사슴뿔』『바람부는 날』『지상의 한사람』『내 마음의 중심에 네가 있다』『크낙새를 찾습니다』『반딧불이 날다』『달빛 아래 잠들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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