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우주
박정원
막 깨어난 애기나비가 뭉클,
나무만 보고 걷던 나를
꼼짝 못하게 묶는다
어쩜 저리 여린 깃이
애벌레에서 나올 수 있을까
날 수는 있을까
젖은 날개는 언제 마를까
순한 그 고요 앞에서
박새의 작고 뭉툭한 검은 부리가
번개처럼 날카롭다고 느껴지는 순간
한 묶음의 고요가 출렁!
끊긴다
있던 자리에
애기나비가 없다
소란스런 쪽으로 흰뺨박새가 유유히 사라진다
한세상이 오다가 빤히 내 보는 앞에서 쓰러진다
먼저 살아 본 이파리들이
애기나비와 박새를 번갈아 내려다보는 층층나무아래
박새일까 쇠박새일까 진박새일까 되뇌어보는
그 짧고 짧은 사이
—《시와 소금》2012년 겨울호,
《애지》2013년 봄호_이계절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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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 / 1954년 충남 금산 출생.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꽃은 피다』『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고드름』『뼈 없는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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