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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파란 장미 (외 1편)/ 김바다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3.07.31|조회수604 목록 댓글 0

파란 장미 (외 1편)

 

  김바다

 

 

구름은 갓난아기를 입양했다

잉태와 출산의 기억이 담겨 있지 않은 집

검고 둥근 트램펄린이 놓여 있었다

유전자가 다른 아이들은 난생 처음

점프를 하고 구름 한 점씩을

안쪽 호주머니에 숨겼다

 

젖은 바지를 거꾸로 들고 털어내면

장미와 돌멩이 머리카락

개의 발톱 같은 것이 떨어져 내렸다

짧은 포물선의 끝은 지평선 너머로 이어져서

나는 발돋움을 했다

키보다 먼저 자라던 그림자

 

그림자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을 따라 가면

뇌와 입술이 커졌다

구름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진화이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이때

나랑 상관없는 부모들이 울기 시작하고

자기만 아는 비밀 이야기를 버렸다

 

썩은 생선 냄새를 맡으며

나는 피부가 아닌 허파호흡을 시작했다

공기를 가득 들이마신 허파꽈리들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자

몸 속 구석구석 구름이 녹아 내렸다

 

고요히 춤의 무늬를 받는다

입에 재갈을 물고 생살을 찢어

두 다리 사이로 파란 장미를 낳는다 

 

 

                       —《시와 사상》2013년 여름호

 

 

빨강을 향한

 

 

어둡고 따뜻한 공간

레몬은 레몬을 상상하고

나는 나를 상상한다

 

다섯 개의 파랑 블록과 한 개의 빨강 블록으로

맞춰진 정육면체 주사위

 

달력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방에서 논다

각을 둥글리고 있다

조로한 얼굴은 자꾸 비상구 쪽으로 돌아간다

문은 점점 작아지고 길은 좁아져간다

 

바깥에서 한자리를 맴돌던 사람들은

달력을 찢어 종이비행기를 만든다

크고 두꺼운 비행기는 비호감이다

비행은 주목받지 못하고 떨어질 것이다

추락의 공포 때문에 날개는

날개를 끝까지 고집하는 데 실패한다

 

시간의 벽이 나를 압박해온다

망설인다면 영원히 갇힐 것이다

결심은 생과 사의 주상절리에서

온몸 내던지는 번지점프를 끌고 온다

 

한 개의 빨강을 가졌기에

나의 머리와 심장은 터질 것 같다

무엇이 나올 거라 확신할 수 있는 이 누구인가

질긴 밧줄이 잘리고 있다

 

어둠 속에서 반복되던 꿈처럼

나는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다

 

 

 

                         —《문학. 선》201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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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 / 1973년 경남 통영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과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과 대학원 재학 중. 2011년 《애지》를 통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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