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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중독 / 김참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3.10.02|조회수559 목록 댓글 0

  중독

 

      김참

 

 

 

   바람이 분다. 낡은 집 마당 꽃나무 가지가 휘고 이층으로 이어진 나선형 계단이 흔들린다. 포도밭 시멘트 기둥이 갈라지고 익어가던 포도가 떨어진다. 포도밭 위를 떠다니던 새털구름 녹아내린다. 물동이 이고 다리를 건너는 여인의 관절이 휘고 붉은 벽돌담에 붙어 있던 파란 달팽이들 몸 뒤틀며 떨어진다. 바람이 분다. 은행나무 가지가 휘고 오래된 벽이 구부러지고 공장 철문이 녹아내린다. 빵집 앞 자전거 바퀴가 터지고 삼거리 꽃집을 걷던 남자의 손가락이 뒤틀린다. 골목을 달리던 바람이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길거리 옷집에 걸린 옷들이 마구 펄럭인다. 옹기점 아치 울타리가 휘어지고 공터에 쌓인 벽돌더미가 무너지고 녹슨 양철지붕이 허물어진다. 마른 잎 말아 올리며 빙빙 돌던 회오리바람 지나간 뒤 느티나무 옆에 있던 사람이 귀를 막고 비명을 지른다.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던 아이가 오래된 거리의 오래된 집 앞을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사물들이 천천히 몸을 뒤틀기 시작한다.

 

 

 

                    —《문예중앙》2013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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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 / 1973년 경남 사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미로 여행』,『그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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