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좋은 시 읽기

[시]축구공/ 박우담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3.11.08|조회수503 목록 댓글 0

축구공

 

   박우담

 

 

 

그늘이 물처럼 갑작스레 차오르는 운동장에

파문波紋이 인다

그림자 보이고 또 다시 바람에 물결 이는

점심시간

운동장은 거대한 저수지다

분필이 부러지고 손목마저 꺾인 지 오래되었다

누가 밥풀을 빠트린다

버저비트처럼 물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짓단 떨어진 줄 모르고 물로 뛰어드는 올챙이들

커터 날에 잘린 알파벳과

본드에 흡착된 삼각함수를

내동댕이치고 뛰어든다

화장실에서 몰래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처럼

휘감겼다 풀렸다가

실타래처럼 뭉친 올챙이들 이리저리 물결 사슬 뜬다

뜨다 만 반성문이 운동화 종류만큼 널려 있다

찰진 밥풀에 긴 실밥 헝클리지 않고

용케도 코바늘 따라 잘 엉켜 있다

저수지엔 둥그런 해가 굴러다닌다

나는

언제 그 사슬을 둥글게 감은 적 있었던가

 

 

 

                       —《시사사》2013년 9-10월호

-------------

박우담 / 1957년 경남 진주 출생. 2004년 격월간《시사사》로 등단. 시집 『구름 트렁크』.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