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박우담
그늘이 물처럼 갑작스레 차오르는 운동장에
파문波紋이 인다
그림자 보이고 또 다시 바람에 물결 이는
점심시간
운동장은 거대한 저수지다
분필이 부러지고 손목마저 꺾인 지 오래되었다
누가 밥풀을 빠트린다
버저비트처럼 물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바짓단 떨어진 줄 모르고 물로 뛰어드는 올챙이들
커터 날에 잘린 알파벳과
본드에 흡착된 삼각함수를
내동댕이치고 뛰어든다
화장실에서 몰래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처럼
휘감겼다 풀렸다가
실타래처럼 뭉친 올챙이들 이리저리 물결 사슬 뜬다
뜨다 만 반성문이 운동화 종류만큼 널려 있다
찰진 밥풀에 긴 실밥 헝클리지 않고
용케도 코바늘 따라 잘 엉켜 있다
저수지엔 둥그런 해가 굴러다닌다
나는
언제 그 사슬을 둥글게 감은 적 있었던가
—《시사사》2013년 9-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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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담 / 1957년 경남 진주 출생. 2004년 격월간《시사사》로 등단. 시집 『구름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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