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허 연
대륙의 끝에는
고장 난 포클레인이 서 있었다
국경의 커피는 쓰디썼고
언제 폐쇄될지 모를
선을 넘는 게
그곳에선 유행가만큼도 비장하지 않았다
바람과 비닐봉지와
포옹과 원망이 뒤엉킨 국경
고장 난 버스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고독은 결코 달래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신발에 들어찬 모래를 털었다
거의 무너져 내린 담벽에 기대어
그대를
내 최초의 눈물을 생각했다.
내 사랑을 한 번도
권력으로 이용하지 않았던 여인에게
멸망한 나라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열린시학》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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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나쁜 소년이 서 있다』『내가 원하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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