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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국경/ 허연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4.02.18|조회수632 목록 댓글 0

국경

 

   허 연

 

 

 

대륙의 끝에는

고장 난 포클레인이 서 있었다

국경의 커피는 쓰디썼고

언제 폐쇄될지 모를

선을 넘는 게

그곳에선 유행가만큼도 비장하지 않았다

 

바람과 비닐봉지와

포옹과 원망이 뒤엉킨 국경

 

고장 난 버스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고독은 결코 달래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신발에 들어찬 모래를 털었다

 

거의 무너져 내린 담벽에 기대어

그대를

내 최초의 눈물을 생각했다.

 

내 사랑을 한 번도

권력으로 이용하지 않았던 여인에게

멸망한 나라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다

 

 

 

                   —《열린시학》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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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 1966년 서울 출생. 1991년 《현대시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불온한 검은 피』『나쁜 소년이 서 있다』『내가 원하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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