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끝났다
정다운
나는 너의 이름을 제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너의 이름이 아름답다는 걸 안다
바다를 만나는 곳을 강의 입이라고 부르듯이
강의 죽음이나 강의 찌꺼기가 아니듯이
어디서나 전쟁 같다고 말하지만
너는 진짜로 불타는 도시의 한 지하에서 태어났다
너는 버림받았고 살이 죽는 냄새를 맡으며
살아야했다 그러나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너의 배에 입 맞추며 울었을 거다
네가 처음 사랑한 여자는
짧은 머리카락 속에 손가락을 다 넣어주었고
너의 몸이 닿는 곳마다
나는 그것도 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겠지
너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나는 너의 이름이 아름답다는 걸 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가면서
너는 추운 적이 없었던 네 땅의 겨울을 생각했다
내 손이 그렇게 차갑다는 것이
너에게는 그렇게 이상한 일이었다
바다에 닿을 때 강의 입은 뜨거웠을까
오므렸을까
나의 살인지 누구의 뼈인지 모를 것들을
눈 꼭 감고 비비댔을까
알고 있다 잘못 없이 죽어간 여자를 떠올리는 거겠지
여자의 배가 더 열리지 않게 상처를 누르고 있었다던
그 손으로 내 손목을 쥐고 누른 채
감은 눈꺼풀 속에 떠다니는 시간
상한 굴처럼 허물어지는 너의 눈동자를
나는 못 본 척해야 한다
내가 만지고 내가 깨물고
내가 뜯어가고 싶은 너의 이름
눈을 떴을 때 우리는 깊은 바다 속에 잠긴 것처럼
갈 곳이 없어진다 평화로워진다
아주 잠깐 동안
이걸 찾아다니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이 진짜인 것만 같았다
—《현대시》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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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 1978년 서울 출생. 2005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성신여대 국문과 졸업.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 졸업. 시집『나는 그때 다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