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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읽기

[시]손 / 류인채

작성자강인한|작성시간14.12.18|조회수565 목록 댓글 0

 

  류인채

 

 

 

아버지, 기저귀 채워 드릴게요

기저귀 차는 거 싫다

아버지를 부축하여 플라스틱 의자에 앉힌다

뒤를 씻기려고

뼈만 남은 몸을 만진다

내 눈을 외면하는 아버지

앙상한 몸을 부둥켜안고

괜찮아요 아버지,

나 아기 때 아버지가 씻겨주셨잖아요

항문을 더듬으니 암의 뿌리가 만져진다

굳게 닫힌 몸의 문

빠져나오지 못한 고통이 묵직하다

몸의 곡선은 사라진 지 오래,

조심조심 없는 항문을 거쳐

바람 빠진 아랫도리를 씻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진땀이 흐른다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민망함에

새 옷을 갈아입힌다

침대에 모로 누워

배설하지 못한 수많은 시간을 안고

아버지는 먼 길 가시고

그 몸을 기억하는 손만 남았다

 

 

 

                       —《학산문학》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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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채 / 1961년 충남 청양 출생. 1998년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 2014년『문학청춘』가을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소리의 거처』. 현재 유한대학교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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